ADHD 치료를 위한 암페타민 국내 도입, 과연 필요한가?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ADHD 치료 방법은 크게 약물 치료비약물적 치료로 나뉩니다. 약물 치료에는 ADHD 증상 자체를 타겟으로 한 정신자극제(메틸페니데이트, 암페타민, 덱스트로 암페타민 등) stimulant와 비자극제 (아토목세틴, 클로니딘 등) non-stimulant로 나뉘며, 그 외에 동반된 우울이나 불안, 행동 문제 등을 조절하기 위한 약물 치료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비약물적 치료에는 교육, 인지행동 치료, 행동 요법 등이 포함됩니다. 이러한 ADHD 치료 방법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바로 약물 치료 입니다. 약물 치료를 통해 주의력 증상 자체를 개선할 수 있으며, 실질적인 기능이나 삶의 질에 가장 효과적으로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ADHD 치료 약물 중 첫번째 선택으로 정신자극제 stimulant 가 권장됩니다. 전체적인 효과 자체는 정신자극제와 비자극제가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정신자극제는 복용한 당일부터 즉시 효과가 있기 때문에 특히 ADHD 환자의 치료에 적합할 수 있습니다. ADHD 환자 중 많은 수가 같은 일을 반복하고,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정신자극제의 종류는 메틸페니데이트 methylphenidate, 덱스트로 암페타민 d-amphetamine, 암페타민 amphetamine 등이 있는데, 국내에서 처방 가능한 약물은 메틸페니데이트 한 종류 뿐입니다. 그래서 외국 생활을 많이 했던 분이나, 외국의 치료 지침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환자분들은 암페타민 계열의 약물 (상품명으로 애더럴)에 대해서 문의하시기도 합니다. 암페타민 은 어떤 약인지 알아보고, 왜 아직 국내에 도입이 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addrall 암페타민

암페타민 은 어떤 약인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ADHD 가 있는 경우, 뇌에서 주의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 prefrontal cortex 부위에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농도 내지 활성도가 떨어져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ADHD 치료제는 이 부위의 시냅스에서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농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런 약물들은 크게 정신자극제 stimulant와 비자극제 non-stimulant로 나뉩니다. 암페타민은 그 중 stimulant에 속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메틸페니데이트 methylphenidate 만이 사용 승인되어 있습니다.

메틸페니데이트와 암페타민은 모두 전전두엽 시냅스의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농도를 높이는 작용을 합니다. 두 가지 약은 약의 작동 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두가지 약 모두 시냅스에서 도파민의 재흡수를 억제하여 농도를 높이는 기능이 있으며, 암페타민은 이에 더해서 직접적으로 도파민 방출 자체를 늘리는 기능도 합니다. 따라서 극단적으로 도파민의 분비 자체가 0 zero에 가까우면 메틸페니데이트 만으로는 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암페타민을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암페타민 시냅스 기전

암페타민 도입에 찬성하는 의견

암페타민은 미국 등 몇몇 국가에서 ADHD 치료 목적으로 승인이 되어 있습니다. 특히나 메틸페니데이트는 6세 이싱부터 투약 가능하도록 허가가 되어 있으나 암페타민은 미국에서는 3세 이상에서 투약 가능한 것으로 허가가 되어 있습니다. 이는 이 연령대에서 효과와 부작용을 감안하였을 때 투약의 이점이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또한 기면증, 외인성 비만 등의 치료 목적으로도 승인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혈중 반감기 (약물의 혈중 농도가 최고 농도에서 절반으로 떨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가 6~8시간으로 메틸페니데이트에 비해 긴 편입니다.

과거에는 비교적 의존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진 메틸페니데이트가 ADHD의 일차 치료제로 권장되었었습니다. ADHD환자의 초기 치료에 우선적으로 메틸페니데이트 제제를 처방하고, 이후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면 암페타민을 처방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1차 치료제로 암페타민이 권고되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2004년까지는 미국에서 메틸페니데이트 처방이 더 많았으나 2005년 부터는 암페타민을 처방하는 비율이 더 많아졌다고 합니다. 이러한 흐름 변화는 그만큼 약의 효과가 차이가 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다.

암페타민을 처방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입니다. 그런데 처방을 금지하는 논리는 ‘암페타민은 마약이다’라는 것 때문입니다. 그러나 히로뽕, 필로폰 으로 불리는 메스암페타민과 암페타민은 이름과 화학적인 형태는 비슷할 수 있으나 명백히 다른 물질입니다. 일부 공통점도 있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는 약물입니다. 메스암페타민은 암페타민에 비해 훨씬 짧은 작용 시간을 가지며,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농도를 과하게 높일 수 있어 훨씬 더 부작용이 강하고 중독성도 강한 물질입니다. 그래서 암페타민은 의학적으로 ADHD, 기면증 등의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나 메스암페타민은 쾌락을 위해서만 사용합니다. 이렇게 명백히 다른 물질이며, 암페타민은 분명히 의학적으로 치료적 효용성이 증명된 약물이기 때문에 국내 도입에 찬성하는 의견이 있습니다.

암페타민 도입에 반대하는 의견

현재까지 암페타민 제제가 국내에서 승인이 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로 높은 중독성을 들 수 있습니다. 미국 법무부에서 약물의 중독성, 사용하는 것에 대한 의학적인 근거, 안정적인 사용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약물 스케줄 schedule을 지정하여 관리합니다. 여기에 지정된 약물은 오남용 가능성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덱스트로 암페타민은 코카인, 오피오이드 계열 약물과 함께 schedule II 약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다만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메틸페니데이트 역시 schedule II 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이는 의학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근거가 있지만, 의존성 역시 높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메틸페니데이트 역시 스케줄 2 약물로 지정되어 있지만, 의존성은 덱스트로 암페타민이 더 높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정신자극제를 오남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형사법 연구회와 경찰 연구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는 약 30만명의 암페타민 상습 사용자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2019년 국내에서 식욕억제제 목적으로 다양한 정신자극제를 처방받은 사람들 중 50만명 이상이 약제를 오남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했을 때 이들에 대한 대책 없이 암페타민의 국내 사용을 허가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마인드웰의 한마디

약물의 부작용과 오남용 가능성을 고려하더라도, 명백한 의학적 근거가 존재한다면 약물 도입은 필요할 것입니다. 메틸페니데이트나 아토목세틴 같은 기존에 국내 허가된 약물과 비교했을 때 암페타민 제제가 좀 더 반응률이 높다고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들의 제한점으로, 단일 약제를 사용한 경우에는 치료 반응에 대한 결과가 일관되지 않았다는 점이 있습니다. 서로 상반되는 연구 결과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어쨌든 또다른 치료 옵션으로서의 암페타민 제제의 국내 도입에 대해서는 보다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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