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으로 생활을 하던 성인에게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뇌에 손상이 일어나, 점차적으로 인지기능을 상실해 가는 상태를 치매라고 합니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에는 여러가지 질병이 알려져 있습니다. 알츠하이머 병, 뇌혈관 질환 – 뇌졸중, 뇌출혈 등, 파킨슨 병, 알코올성 치매 등 여러 원인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 중 대표적으로 알츠하이머 병으로 인한 치매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합니다. 전체 치매의 50% 이상, 많게는 70% 정도까지 치매의 원인을 차지합니다. 치매는 심한 경우에는 일상적인 생활을 혼자 수행할 수 없게 하기도 하며, 심장질환, 암, 뇌혈관질환에 이어 4대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힐 정도로 중요합니다. 따라서 알츠하이머 치매를 치료하기 위한 연구들이 많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알츠하이머 병 치료 약물 로 확실한 효과를 보인 약은 없었습니다.
승인된 알츠하이머 병 치료 약물
현재까지 미국 식약품안전청 FDA 승인을 받은 알츠하이머 병 치료 목적의 약물은 몇 종류 뿐입니다.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 cholinesterase inhibitor, 메만틴 memantin, 그리고 아두카누맙 aducanumab, 레카네맙 lecanemab 이 현재까지 승인된 알츠하이머 병 치료 약물 입니다. 2003년 메만틴이 FDA 승인을 받은 뒤 약 20년간 새롭게 개발된 약물이 없다가 2021년에 드디어 아두카누맙이 FDA의 조건부 승인인 가속승인 프로그램 절차를 통해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23년 1월 레카네맙이 FDA의 가속승인 프로그램 절차를 통한 승인을 받았습니다. 가속승인 프로그램 절차는 심각한 질환에 대해 절실히 필요한 치료약을 개발할 때, 연구 단계에서 원하는 결과를 명확히 보이지 않았더라도 그 결과를 대신할 수 있는 다른 결과가 유의미하게 있었을 경우에 조건부로 승인을 해 주는 것입니다. 알츠하이머 병을 예로 들자면, 알츠하이머 치료 약물 투약을 통해 명백하게 수명이 연장되는 것을 확인한 것이 아니라, 인지기능 악화 속도의 저하 라든지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침착의 감소 등을 확인했을 때 승인을 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현재까지 승인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 약물들
-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 cholinesterase inhibitor
- 메만틴 memantin
- 아두카누맙 aducanumab
- 레카네맙 lecanemab
알츠하이머 병 치료 약물 기전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
알츠하이머 병이 진행이 됨에 따라 뇌 신경 세포의 손상이 일어나고, 뇌에서 기억, 학습, 집중에 도움을 주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농도가 부족해지게 됩니다.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는 이렇게 부족해진 아세틸콜린의 농도를 높여주어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을 호전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종류의 약은 알츠하이머 병의 진행 자체를 늦추지는 못합니다. 경증 또는 중간 정도의 알츠하이머 병 환자에게 효과가 있고, 약 6~9개월 정도 이전의 뇌 기능으로 돌아가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메만틴
또 한가지 알츠하이머 치료 약물 로 사용되는 메만틴 memantin 은 조금 다른 기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뇌에서 글루타메이트 glutamate는 뇌를 활성화시켜 학습능력과 기억에 관여합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글루타메이트가 활성화되면 신경 세포를 사멸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인지기능의 손상이 일어나고 치매 증상이 악화되는 것입니다. 메만틴은 글루타메이트로 인한 신경 독성을 줄이는 기능을 합니다. 중등도 이상 중증 치매에서도 인지 기능을 개선시킬 수 있는 약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03년 메만틴이 승인되고 나서 약 20여년간 알츠하이머 병의 치료에는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와 메만틴 두 종류의 약이 꾸준히 사용되었습니다. 이 두 종류의 약은 인지기능을 일부 호전시킬 수 있어 겉으로 보기에는 치매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알츠하이머 병의 진행을 억제하지는 못하며, 다만 일시적인 인지기능의 호전만을 기대할 수 있는 약이었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알츠하이머 병의 원인을 치료하는 약에 대해서 꾸준히 연구가 진행되었고, 많은 실패를 거듭한 끝에 2021년 드디어 아두카누맙이 FDA의 승인을 받게 됩니다.
아두카누맙
아두카누맙 aducanumab 은 알츠하이머 병의 원인으로 지목되어 온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타겟으로 한 약물입니다. 아두카누맙은 아밀로이드 베타 Aβ 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 치료제로, 한달에 한 번 피하 주사로 투약합니다. 뇌 내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줄이고 플라크 수를 줄여서, 궁극적으로 알츠하이머 병의 진행을 늦출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존에 사용되어 온 약과 비교해 보았을 때 알츠하이머 병의 진행 자체를 늦출 수 있는 첫번째 약으로 많은 기대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약과 비교했을 때 아두카누맙은 더 위험한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특히나 뇌의 부종이나 뇌 출혈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합니다. 드물게 일어나는 부작용이지만 일어나게 된다면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는 부작용이기에, 이에 대한 충분한 평가 없이 가속 승인 절차를 통해 FDA 승인을 받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의학자들도 많았습니다. 심지어 FDA의 자문위원회 위원들은 모두 반대하기까지도 했습니다. 아두카누맙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침착을 줄이고 알츠하이머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기는 하지만, 이와 동반되는 치명적인 부작용의 가능성 때문에 실질적으로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아두카누맙을 투약했을 때 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이에 대한 확실한 근거가 발표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레카네맙
레카네맙 lecanemab 은 2023년 1월에 새로 승인을 받았습니다. 레카네맙 역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타겟으로 하는 항체 치료제이며, 3상 확증 임상 시험 결과를 2022년 12월 NEJM 저널을 통해 발표했습니다. 아두카누맙의 임상 시험과 비교하여 보다 확실한 효과와 적은 부작용을 확인했으며, 무엇보다도 3상 확증 임상 시험을 통과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레카네맙 역시 대뇌의 미세 출혈과 부종 부작용 가능성이 있는 만큼 투여 후 14주간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는 경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제 막 FDA 승인을 받고 투약이 시작된 약인 만큼 앞으로 임상 실제에서 어떤 결과들이 도출이 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인드웰의 한마디
2023년 현재까지 확실하게 효과적인 알츠하이머 치료 약물 은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최근에 승인받고 있는 항체 치료제들이 하나의 희망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실제 임상에서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조금 더 확인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아두카누맙과 레카네맙은 아직 미국에서만 사용되고 있으며 가격은 연간 약 2만 6천 달러 (약 3천만원 이상) 로 책정되어 있는 만큼 상당히 고가의 약물입니다. 그래서 비용 효과적인 측면에서도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20여년 간 단 하나의 약물도 새로 개발되지 않았다가 최근 들어서 몇몇 약물들이 임상 시험에 성공하였기에 앞으로 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한, 그러면서도 비용은 저렴한 약물이 개발되기를 기대합니다.